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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역할, 책임, 협력

최후 통첩 게임을 통해 인간이 어떤 본직절인 특성을 지니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즉, 각 개인이 처해 있는 정황 또는 문맥(context)이 인간의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문맥(context)는 타인과의 협력이다.

가장 흔한 실수는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객체가 가져야 할 상태와 행동부터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객체의 행동(책임)보다는 협력을 먼저 고민하라. 훌륭한 객체지향 설계자는 객체들 간의 요청과 응답 속에서 창발하는 협력에 초점을 맞춰 설계한다. 협력이 자리를 잡으면 저절로 객체의 행동이 드러나고 뒤이어 적절한 객체의 상태가 결정된다.

어떤 협력에 참여하는 지가 객체에 필요한 행동을 결정하고, 필요한 행동이 객체의 상태를 결정한다. 개별적인 객체의 행동이나 상태가 아니라 객체들 간의 협력에 집중하라.

 

협력

요청하고 응답하며 협력하는 사람들

책임

책임의 분류

책임은 객체에 의해 정의되는 응집도 있는 행위의 집합 으로, 객체가 알아야 하는 정보와 객체가 수행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개략적으로 서술한 문장이다. 즉, 객체의 책임은 '객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knowing)'와 '무엇을 할 수 있는가(doning)'으로 구성된다.

크레이그 라만은 객체의 책임을 '하는 것'과 '아는 것'으로 분류했다.

  • 하는 것(doing)
    • 객체를 생성하거나 계산을 하는 등의 스스로 하는 것
    •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작시키는 것
    • 다른 객체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것
  • 아는 것(knowing)
    • 개인적인 정보에 관해 아는 것
    • 관련된 객체에 관해 아는 것
    •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것에 관해 아는 것

객체의 책임을 이야기할 때는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공용 서비스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즉, 책임은 객체의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정보(아는 것 측면)와 외부에 제공해 줄 수 있는 서비스(하는 것 측면)의 목록이다. 따라서 책임은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public interface)를 구성한다.

책임과 메시지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주어진 책임을 수행하도록 요청을 보내는 것을 메시지 전송(message-send)라고 한다. 메시지는 협력을 위해 한 객체가 다른 객체로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책임이 협력이라는 문맥 속에서 요청을 수신하는 객체의 관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나열한 것이라면, 메시지는 협력에 참여하는 두 객체 사이의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책임과 메시지의 수준은 같지 않다. 책임은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행위를 상위 수준에서 개략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책임을 결정한 후 실제로 협력을 정제하면서 이를 메시지로 변환할 때는 하나의 책임이 여러 메시지로 분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할

책임의 집합이 의미하는 것

책임은 응집도 있는 행위의 집합이다. 그렇다면 책임의 집합은? ⇒ 객체가 협력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암시!

역할은 재사용 가능하고 유연한 객체지향 설계를 낳는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유사한 협력

재판이라는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만 달라질 뿐, 세 가지 과정 모두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세 개의 협력을 별도로 관리하고 유지해야 할까?

역할이 답이다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를 제외한 나머지 과정은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에 하나의 협력으로 다루고 싶다. 그렇다면 역할(role) 을 이용하면 세 가지 협력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하나의 협력으로 추상화할 수 있다.

역할은 협력 내에서 다른 객체로 대체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식이다. 협력 안에서 역할은 "이 자리는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어떤 객체라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판사'나 '증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객체는 '재판' 협력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객체는 동일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객체로 한정된다.


메시지는 책임을 의미한다(하나의 책임은 여러 메시지로 분할됨).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객체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역할의 개념을 사용하면 유사한 협력을 추상화해서 인지 과부하를 줄일 수 있다. 역할은 객체지향 설계의 단순성(simplicity), 유연성(flexibility), 재사용성(resuability)를 뒷받침하는 핵심 개념이다.

협력의 추상화

역할의 가장 큰 가치는 하나의 협력 안에 여러 종류의 객체가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협력을 추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스 이야기에서 "왕-하얀토끼-모자장수"의 협력, "왕-하얀토끼-요리사"의 협력, "여왕-하얀토끼-앨리스"의 협력은 모두 동일한 순서에 따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구체적인 객체를 추상적인 역할로 대체함으로써 "판사-하얀토끼-증인"이 참여하는 하나의 추상적인 협력으로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역할을 이용하면 협력을 추상화함으로써 단순화할 수 있다.

대체 가능성

역할은 협력 안에서 구체적인 객체로 대체될 수 있는 추상적인 협력자다. 객체가 역할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행동이 호환돼야 한다.

객체는 역할이 암시하는 책임보다 더 많은 책임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 객체의 타입과 역할 사이에는 일반화/특수화 관계가 성립한다.

요약하면 역할의 대체 가능성은 행위 호환성을 의미하고, 행위 호환성은 동일한 책임의 수행을 의미한다.

 

객체의 모양을 결정하는 협력

흔한 오류

많은 사람들은 시스템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객체가 존재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객체의 행동, 즉 책임이다.

객체지향에 대한 두 번째 선입견은 객체지향이 클래스와 클래스 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시스템의 정적인 측면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클래스는 단지 시스템에 필요한 객체를 표현하고 생성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구현 메커니즘일 뿐이다. 객체지향의 핵심은 클래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아니라 객체가 협력 안에서 어떤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객체지향 입문자들이 데이터나 클래스 중심으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이유는 협력이라는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각 객체를 독립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앨리스의 이야기처럼 처음에는 왕의 모습을 빌려 객체를 창조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는 있으나, 실제로 동작하는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왕이 참여하는 협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앨리스의 이야기에서 왕이 중요한 이유는 재판이라는 협력에 '판사'라는 역할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 객체지향(책임과 협력 관점에서) 왕 클래스가 아닌 판사 클래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입문자들은 협력 보다는 데이터와 클래스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협력을 따라 흐르는 객체의 책임

올바른 객체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견고하고 깔끔한 협력을 설계해야 한다. 협력을 설계한다는 것은 설계에 참여하는 객체들이 주고받을 요청과 응답의 흐름(메시지의 흐름과 관계)으로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고 나면 책임은 객체가 외부에 제공하게 될 행동이 된다. 협력이라는 문맥에서 객체가 수행하게 될 적절한 책임, 즉 행동을 결정한 후에 그 행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고민해야 한다.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행동이 어느 정도 결정된 후에 클래스의 구현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클래스와 데이터는 협력과 역할(책임의 집합)이 결정된 후에야 무대 위에 등장한다.

객체지향이 올바른 객체에 올바른 책임을 할당하는 것이라면, 객체지향 어플리케이션 구현은 '협력'이라는 문맥안에서 객체를 생각하는 것이다. 각 객체가 참여할 문맥인 협력을 먼저 정의하라. 객체지향 설계란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협력 관계를 고안하고, 협력에 필요한 역할과 책임을 식별한 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를 식별해 나가는 과정이다. 객체지향 설계의 핵심은 올바른 책임을 올바른 객체에게 할당하는 것이다.

 

객체지향 설계기법

이제 역할, 책임, 협력의 고낮머에서 어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유용한 세 가지 기법을 살펴보자.

책임-주도 설계(Responsibility-Driven Design)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객체지향 설계 방법은 레베케 워프스브록이 고안한 책임-주도 설계 방법이다. 시스템의 기능은 더 작은 규모의 책임으로 분할되고 각 책임은 책임을 수행할 적절한 객체에게 할당된다. 만약 책임을 여러 종류의 객체가 수행할 수 있다면 협력자는 객체가 아니라 추상적인 역할로 대체된다.

이처럼 책임-주도 설계에서는 시스템의 책임을 객체의 책임으로 변환하고, 각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중에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해줄 협력자를 찾아 해당 협력자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객체들의 협력 공동체가 구축된다. 책임-주도 설계는 객체의 책임과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책임 주도 설계 절차

  •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기능인 시스템의 책임을 파악한다.
  • 시스템의 책임을 더 작은 책임으로 분류한다.
  • 분할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아 책임을 할당한다.
  •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는 중에 다른 객체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이를 책임질 적절한 객체 또는 역할을 찾는다.
  • 해당 객체 또는 역할에게 책임을 할당함으로써 두 객체가 협력하게 한다.

디자인 패턴(Design Pattern)

책임-주도 설계는 객체의 역할, 책임, 협력을 고안하기 위한 방법과 절차를 제시한다. 설계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 디자인 패턴은 책임-주도 설계의 결과를 표현한다.

패턴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서술하고, 패턴을 적용할 수 있는 상황과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을 함께 설명한다. 패턴은 반복해서 일어나는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설계가 왜(why)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특정한 상황에 적용 가능한 디자인 패턴을 잘 알고 있다면 책임-주도 설계 절차를 순차적으로 따르지 않고도 시스템 안에 구현할 객체들의 역할, 책임, 협력 관계를 빠르고 손쉽게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패텅능 책임-주도 설계의 결과물인 동시에 지름길이다.

테스트-주도 개발(Test-Driven Development)

테스트-주도 개발이 응집도가 높고 결합도가 낮은 클래스로 구성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최상의 프랙티스인 것은 맞지만 객체지향에 대한 경험이 적은 초보자들은 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테스트를 어떤 식으로 작성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객체가 이미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객체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송할 것인지에 관해 먼저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이 같은 종류의 충고는 역할, 책임, 협력의 관점에서 객체를 바라보지 않을 경우에 무의미하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테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수행할 객체 또는 클라이언트가 기대하는 객체의 역할이 메시지를 수신할 때 어떤 결과를 반환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객체와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를 코드 형태로 작성하는 것이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책임-주도 설계의 기본 개념을 따른다. 책임-주도 설계를 통해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를 테스트라는 안정장치를 통해 좀 더 빠르고 견고한 방법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최상의 설계 프랙티스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다양한 설계 경험과 패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온전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초보자들이 테스트-주도 개발 기법을 따르는 것이 따르지 않는 경우보다 더 훌륭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험 많은 개발자들이 테스트-주도 개발 없이 작성한 코드보다 더 훌륭한 코드를 작성할 수는 없다.

테스트-주도 개발은 객체지향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요구한다. 테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객체의 메서드를 호출하고 반환값을 검증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객체가 수행해야하는 책임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다. 테스트에 필요한 간접 입력 값을 제공하기 위해 스텁(stub)을 추가하거나 간접 출력 값을 검증하기 위해 목 객체(mock object)를 사용하는 것은 객체와 협력해야 하는 협력자에 관해 고민한 결과를 코드로 표현한 것이다.

객체지향을 강력하게 만드는 비밀은 책임과 메시지에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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