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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타트업은 없다. 나와 맞는 회사, 나와 맞지 않는 회사, 그리고 나쁜 회사만 있을 뿐이다. 채용 공고를 보고 솔깃하기 전에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을 깨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스타트업도 회사다

유니콘처럼 스타트업에 대한 실체없는 전설은 가득하다.

스타트업은 자유롭고, 직원 복지가 좋고, 능력이 뛰어난 자를 우대하고, 직원의 성과를 보상해주고, 수평적인 문화고, 직원들의 역량 향상을 지원하고, 새로운 기술에 항상 도전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거야!

스타트업이라는 단어 대신 회사를 넣어서 잘 생각해보자. 스타트업과 회사는 같은 조직체를 지칭하는 데,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일반화가 가득하고, 회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사실적인) 일반화가 가득하다.

아래는 내가 했던 경험과 약간의 상상력을 섞어서 만들었다.

  • 내가 다녔던 회사는 자유롭고 수평적인데, 명령체계가 없어서 일이 비효율적이었어.
  • 내가 다녔던 회사는 뛰어난 직원을 우대해주고 싶어했는데, 딱히 인사평가 체계가 없어서 일을 잘해도 보상해줄 방법이 없었어.
  • 내가 다녔던 회사는 직원의 성과를 확실하게 보상해주는 데, 잘못하면 두 배로 까였어.
  • 내가 다녔던 회사는 새로운 기술 도입에 열려 있기는 했는데, 항상 일정이 촉박해서 리서치는 커녕 예전에 했던 방식대로 개발했어.

하하, 결국 다 케바케 아니겠는가!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많은 회사가 스타트업이라는 이미지 뒤에 숨어 여러분을 유혹한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여러분이 상상하고 바랐던 완벽한 스타트업은 아닐 것이다.

스타트업일수록, 시장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일 수록 생존에 절박하다. 여러분이 성장해주길 기다려주지 않는다. 일단 기능 구현부터 막 하면서 회사를 키우기 때문에 (스타트업이라 부르기 애매한) 대형 스타트업의 개발자들도 레거시 시스템과 힘겨루기 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인 게으름, 인지편향을 조심하자.

인지편향은 마케팅 분야에서만 활용되지 않는다. 인지편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는 디자인, 마케팅과 제품/서비스 기획 등이 있고, 소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뿐 생각보다 생활 전반에 깔려있다.

상상 속의 스타트업을 설립시키는 과정을 살펴보자.

1. 유명한 스타트업의 기술 블로그를 본다.
    - 와, 이런 최신 기술을 사용하는구나.
    - 와, 이런 문제를 이런 식으로 협업/의사결정을 통해 해결했구나.
    - 와, 이 회사에서는 이런 팀문화가 있네?
2. 유명한 스타트업의 채용 공고를 본다.
    - 자격 요건 : 최신기술, 이것저것, 최신기술
    - 우대 사항 : 최신기술 경험, TDD 경험, 코드리뷰 경험, 애자일 경험, 이것저것
    - 복지 : 자출제, 원격근무, 35시간 근무, 자유로운 휴가사용, 리프레시 휴가, 도서비, 이것저것
3. 키워드를 도출한다.
    - 5년 이상의 xx언어 경력
    - 개발 언어에 능숙, RDBMS 능숙
    - 유닛테스트, 통합테스트, TDD
    - 애자일, 코드리뷰
    - RESTful API
    - AWS, Redis, Elasticsearch
    - 복지, 복지, 복지, 이것저것
4. 음, 허들이 너무 높군. 몇 개가 나랑 안맞아.
5. 다른 스타트업의 채용공고를 본다.
6. 오, 비슷해?!
이 회사도 대형 스타트업과 비슷한 복지를 제공하는 데 허들이 조금 낮네?!
요즘 스타트업은 다들 비슷한 복지, 기술 수준, 조직문화를 추구하나?!

사실 내가 입사를 위한 전체 프로세스에서 느낀 긍정적인 요소와 환상이 합쳐져서 상상 속의 스타트업이 설립된 과정이다 ㅎㅎ

많은 채용 공고를 읽다 보니 ‘와, 요즘 스타트업은 다들 상향 평준화된 복지, 기술 수준, 조직 문화를 추구하나봐!’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상상 속 스타트업을 기준으로 수 많은 채용공고를 바라보니 이 세상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좋은 스타트업은 그득그득해보였다.

 

채용공고와 기술 블로그를 다시 보자.

  • 자격 요건 : 이런 기술/경험을 해본 사람이어야 해. 그렇다고 우리가 잘 활용하고 있다는 건 아닐 수도 있어.
  • 우대 사항 : 이런 기술/경험을 해본 사람이면 좋겠어. 그렇다고 우리가 이걸 하고 있다는 거나 도입할 예정인 건 아닐 수도 있어.
  • 복지 : 우리 회사는 이런 복지가 있어. 그렇다고 회사가 워라벨이 좋고 자유롭고 수평적이며 일하기 즐거운 분위기는 아닐 수도 있어.
  • 기술 블로그 : 우리 회사는 이런 문화가 있어. 그렇다고 모든 팀이 이걸 하고 있다는 건 아닐 수도 있어.

왜 회사는 인재 채용을 위해 인지편향을 이용하는가?

스스로를 알리면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은 회사나, 지원자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그렇다고 회사(스타트업)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을 기반으로 지원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뿐이다. (그래도 지원자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회사가 낫다고 생각한다.)

너무 억울해 하지말자. 지원자도 자소설을 통해 인사팀의 인지편향을 이용하고 있다.

  • 채용공고와 기술블로그 : 회사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자소서와 이력서 : 우리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지원자도 회사가 보여주는 단편적은 조각을 통해 뒤의 모습을 상상하듯, 회사도 지원자의 자소서와 포토폴리오를 통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수 밖에 없다.

서로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우리의 인지 편향 총정리 : https://www.google.co.kr/amp/s/newspeppermint.com/2015/09/23/cognitive-bias/amp/


채용공고 톺아보기

채용공고에 있는 것들은 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채용공고와 다소 모호한 채용공고가 있다. 실제 채용공고를 참고하여 짜집기 하였고 이 파트는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섞여있다. 그리고 각 직군마다 어필되는 요소가 다를 텐데, 핵심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모호한 채용공고

  • 명확하지 않은 주요 업무, 안보이는 조직문화

    ⇒ 보통 자격요건과 우대사항은 명확한데 주요 업무 소개는 상세히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내가 이 회사를 입사한다면, '어떤 업무를, 어떻게, 누구랑, 무엇을 위해서' 할 지 알고 싶다. 아래는 실제 어떤 스타트업의 백엔드 개발자 채용 공고의 일부를 수정해서 가져왔다.

      주요 업무 소개
      - 서비스 API 개발 및 관리 운영 시스템 개발
    
      자격요건
      - 학력 : 컴공
      - 경력 : 무관
      - Restful API 설계 및 개발 경험
      - RDBMS에 대한 개발 및 운영 경험
      - JPA와 같은 ORM 개발 경험
      - 리눅스 서버에서 서비스 개발 및 운영 경험
    
      우대사항
      - Spring Boot 기반 웹 개발 경험
      - AWS 등의 클라우드 환경 개발 경험
      - 프론트엔드 개발에 대한 관심과 이해
      - Java 이외의 프로그램 언어로 개발 가능한 분
    
      혜택 및 복지
      - 시차 출퇴근
      - 기타 등등 이것 저것

    주요 업무 : 이 채용공고는 "백엔드 개발자를 뽑습니다!" 외친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 회사가 어떤 개발자를 원하는지, 내가 입사한다면 무슨 일을 시킬 것인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당연히 백엔드 포지션으로 가면 API 개발할 것을 안다.

    조직 문화 : 자격요건과 우대사항을 읽어도 어떤 식으로 일할 지 전혀 나타나있지 않다. 조직문화에 대한 힌트가 없다. 생각보다 조직 문화는 업무 생활의 질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이런 채용 공고는 회사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기 어렵고, 매력적이지 않다.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은 내세울 게 없다는 뜻인가 생각되게 한다.

    이 채용 공고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회사가 어떤 스킬셋으로 일하는 가 뿐이다. 한 줄 요약하면 Java, spring boot, ORM, RDBMS, AWS 이다.

    그리고 우대사항에 의아한 포인트가 두 군데 있다. 프론트엔드 개발, Java 이외의 프로그램 언어로 개발 이 부분은 해석에 따라 의미가 너무 달라진다.

    • 해석1 : 프론트엔드 개발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넣은 구문인가? 그래도 혹시 기회가 된다면 리액트 한번 해보고 싶다!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개발이 가능한 사람을 우대하다니, Java 말고 파이썬이나 노드로 서버 개발해보면 재밌겠다!

    • 해석2 : 나에게 관리자 웹 개발도 시키려나? 그렇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가? 풀스택과 잡동사니는 한끗 차이지만 갭은 크다. 다양한 기술 스텍을 쌓는 것은 물론 좋지만 이도 저도 아닌 일만 해봤자 좋은 스킬을 얻을 수 있을까? 단순히 다양한 언어를 할 줄 아는 low level의 개발자가 되고 싶지 않다. 아키텍처와 서버 성능에 대해 고민하고 싶어.

      개인의 해석에 따라 크게 갈릴 수 있는 요건보다는 명확한 쪽이 좋겠다.

매력적인 채용공고

  • 명확한 업무 소개와 요구 스킬
  • 업무 방식에 대한 힌트 (애자일,공유, 수평문화, 불편한 코드 정리 등)
  • 회사 소개에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문화가 녹아있을 때
  • 근무형태와 적절한(?) 회사의 위치
  • 복지

아래는 실제 두 회사의 채용 공고를 믹스해서 가져왔다.

주요업무
- Java 기반의 000 서비스 플랫폼 운영/개발
- 상품 도메인의 백엔드 개발
- 빅 데이터 Application 개발 및 운영 (DevOps)

자격요건
- Back-End 개발 경험 3년 이상
- RESTful API 설계와 문서화 경험
- Java/Spring/JPA/Spring Boot 능숙자
- DB 모델링 경험
- AWS 인프라 기반 서비스 구축

우대사항
- RESTful API 활용 경험자
- Agile Development에 대한 이해
- OpenId, OAuth에 대한 이해
- MSA 환경에서의 개발 경험

혜택 및 복지
- 주 x회 리모트 근무
- 근무시간을 스스로 조정하는 유연근무
- 기타 등등 이것 저것

맨 처음 보았던 채용 공고와 달리, 이 글에서는 '아 내가 이런 업무를 하게 되겠구나, 이런 기술을 쓰고 있구나, 이런 기술을 배워야 하는구나, 이런 개발 문화가 있겠구나!' 를 생각할 수 있는 힌트를 준다.

그리고 개발자를 뽑는 법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떤 기술적 요소에 개발자가 흥미를 느끼고 어떤 복지/근무형태에 일반적인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 알고 그를 준비했다.

개발자에게 흥미가 있는 요소를 안다는 건 '인사팀과 개발팀간의 소통이 잘 이뤄지나보다.' 생각이 들게 하고, 혜택 및 복지는 '우리 회사는 이런 걸 신경 쓸 역량은 돼! 그냥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게!'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피하고 싶은 회사

채용 공고와 별개로 윤리적인 문제로 이슈가 있거나 직원들의 후기가 너무 안좋은 곳은 거르고 있다. 뉴스에 난 곳은 알아차리기 쉬운데, 합법과 불법의 애매한 울타리 안에서 움직이는 회사들은 숨어 있어서 찾기도 어렵다.

윤리는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이고 약속인데, 이를 쉽게 생각하는 회사는 직원에게도 이를 쉽게 요구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경쟁사의 데이터를 빼내 오거나 해킹하자고 마음 먹었을 때, 실제로 행하는 사람들은 누구겠는가.

그리고 직원들의 후기가 좋지 않은 곳은 나를 소모품처럼 사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꺼려진다. 나는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지, 소모되거나 불필요한 노이즈 속에 일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보통 아래 루트를 이용해서 회사를 점검한다.

  • 주변인들의 카더라 통신(?)
  •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현 직원들의 후기

하지만 항상 그렇듯 정보의 한계가 있다. 입사가 확정되면 채용 프로세스는 끝난 것이다. 하지만 첫 입사 후 수습기간 3개월은 회사에게도, 입사자에게도 주어지는 마지막 점검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 기간동안 동료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수 밖에 없다.


나와 맞는 회사 찾기

그래서 어디를 가야해? 나도 잘 모르겠다. 나와 맞는 회사를 찾으려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아는 게 중요하다.

내가 짧게 겪은 바로는 조직 문화가 생각보다 업무 생활(?)의 질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나는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나에게 맞는 근무형태, 업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있는 회사를 찾을 것이다.

예전에 짧은 기간 애자일 프로세스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에 다녔었는데, 그 경험이 굉장히 좋게 남아있다. 기왕이면 애자일, 애자일 협업 도구를 쓰는 곳으로 가기를 희망한다 😉

형식이 정해진 채용공고 말고 기술블로그를 통해 회사가 들려주고 싶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기술블로그에는 꼭 기술적인 내용만 있는 게 아니라 아래처럼 문화에 대한 글도 자유롭게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우아한 형제들의 기술블로그 포스팅 내용을 링크건다.

팀 문화의 탄생 : https://woowabros.github.io/experience/2020/05/13/birth-of-team-culture.html


약간 도도한 마음가짐으로 스타트업의 채용공고를 살펴봤다.

이 글을 쓴 제일 큰 목적은 완벽한 회사가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콩깍지를 벗고 세상에 있는 회사들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 본인과 맞는 회사를 찾길 바란다.

이제 스스로의 이력서를 살펴보고 다시 겸손한 마음으로 공부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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