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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기능에 대해 기획자와 PM의 의견이 달라요

최근에 있었던 일을 통해 조직 내에서 특정 책임(기획, PM, 개발)을 수행하는 역할의 구분이 모호할 때, 특히 요구사항 정의하는 기획자의 역할이 모호할 때 생기는 일을 말해보겠다.

일단 각 회사마다 직함이 같더라도 수행하는 업무가 다를 수 있으니, 현 직장에서 내가 바라본 역할과 책임에 대해 정의해보겠다. (현 프로젝트에서는 기획자와 PM을 수행하는 사람이 나누어져 있다.)

기획자 : 사용자의 니즈(건강 관리)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로그인, 출석체크, 퀴즈 등)을 정의하고,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기능 제공 방식을 요구사항으로서 정의

PM : 프로젝트의 일정과 인력 배분, 구현해야하는 기능의 우선 순위 등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


기획자가 요구사항을 정의했다.

김개발자는 사용자의 건강 정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퀴즈라는 기능을 구현하게 되었고, 요구사항은 아래와 같다.

  • 기획자의 '퀴즈'의 요구사항
-   퀴즈는 객관식과 주관식 유형이 존재한다.
-   객관식의 정답은 N개일 수 있다.
-   주관식의 정답은 1개이다.
  • 김개발자는 퀴즈의 목적과 요구사항에 대해 점검해본다.
-   퀴즈의 목적은 사용자가 얼마나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가가 아니라, 퀴즈라는 과정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다.
-   그래서 주관식의 경우 정확한 정답을 맞출 필요는 없다.
  • 김개발자는 추가로 '퀴즈-주관식'의 세부 요구사항을 도출하고, 기획자와 협의 후 개발을 진행했다.
-   주관식 답변을 동의어 처리하기 위해 정답을 N개로 관리 ⇒ '슈퍼푸드'와 '수퍼푸드'는 동일하다.
-   공백(space)은 무시 ⇒ '슈퍼푸드'와 '슈퍼 푸드'는 동일하다.

다음 날 오전, 기획자가 요구사항을 변경했다.

기획자는 동료 개발자와 '퀴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주관식을 동의어 처리 하는 것은 시스템의 복잡도를 높이는 일이니 무조건 정확한 답변을 입력했을 때만 정답이 되도록 구현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서 의아했던 점이 있다.

  • 기획자가 원하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 기능의 복잡도는 담당 개발자가 고민할 문제이며,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을 때만 정책으로 푸는 것이 좋다.
  • 담당 개발자가 없는 곳에서 기능의 복잡도와 요구 사항에 대해 상의되었다.

어찌되었든 기획자가 요구사항을 바꿨으니 김개발자는 다시 DB를 수정하고 개발을 진행했다.

오후, 회의 중에 PM이 요구사항을 변경했다.

PM : 아, 주관식은 답변이 여러 개일 수 있게 해주세요. 띄어쓰기도 함께 처리해주시구요.
김개발자 : ?

아, 현재 프로젝트에서 요구사항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여럿이구나.

서비스와 사용자를 위해 서로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요구사항을 바꾸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요구사항을 결정하는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꼈고, 김개발자는 누구와 요구사항을 협의해야하는 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요구사항을 정의하는 주체는 기획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획자는 요구사항을 발의하지만 결정 권한이 없어보였다. 아니, 요구사항을 기획자와 협의하더라도 그 결정이 쉽게 번복될 수 있었다.

김개발자는 앞으로 기능의 세부 요건을 정할때마다 기획자, 동료개발자, PM와 협의해야하나...?


이게 바로 조직 문화의 중요성인가

조직 문화는 생각보다 업무를 하는 데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체감했다. 조직문화, 작게는 업무를 하는 데에 있어서 명확한 역할과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의도적으로 만들고 해도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현재 회사에서는 팀별, 역할별로 업무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더 도드라지는 것 같다.

보통 각 회사마다 그들이 쌓아온 문화와 업무 처리 방식(?)같은 게 체계화되어 있기 마련이라, 새로운 회사에 갔을 때 그 체계를 먼저 습득한 다음에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하게 된다. 어느 정도 표준화된 업무 방식 통해 서로 자잘한 커뮤니케이션 이슈들이 최소화되는데, 이번 회사는 조직문화나 체계가 진짜, 정말,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프로젝트마다 누군가의 업무 스타일에 맞춰서 일을 해야하다는 점이 어렵게 느껴졌다.

회사의 조직 문화를 알 수 있는 질문은 뭘까?

조직 문화는 생각보다 업무를 하는 데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체감했다. 조직문화, 작게는 업무를 하는 데에 있어서 명확한 역할과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의도적으로 만들고 해도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래도 나는 내가 들어갈 회사의 조직문화가 건강하고 체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회사의 조직 문화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 요구사항은 누가 정하고, 어떻게 정의되어 개발자에게 공유되는가?
  • 정의된 요구사항에 대해 작업 우선 순위는 어떻게 정하는가?
  • 일정을 산정할 때 각 작업의 소요시간이 고려되는가?
  • 개발자들에게 일이 배분되거나 우선순위를 정할 때, 개발자의 발언권이 얼마나 있는가?
  • 개발자가 수행해야할 작업을 어떻게 관리하는 가?
  • 어떤 시스템을 구축할 때 팀 단위로 일하는가, TF팀을 구성하는 가? 그 팀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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